독서

[어른의 문답법] - 독후감

_OIL 2023. 9. 3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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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대화

간단하게 자기 객관화를 해보자면.. 본래 성향이 사람 만나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이거나 내가 속한 그룹의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대한 애정의 척도는 10점 만점에 -20점부터 시작할 정도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편이다. 그러다니보니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기도 했고 사회 초년생 일 때는 내가 생각하는 정의에 맞지 않는 사람이거나 모순적인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면 상하관계 따지지 않고 적으로 간주하여 관계를 더 악화시키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당시 꽉 막혀 있던 사람은 내가 아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에게 발생했던 대화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때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주제에 대해 질문하고 비방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조금은 더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았을까? 분명 상대방은 나의 적대감이 드러나는 언행에 고까웠을 것이다. 조금 이기적으로 탓해본다면 그때 당시에 진정한 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들은 왜 내 주변에 없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인생은 실전이라 그동안 내가 자초한 언행으로 뜨겁게 데어 보기도 하면서 개싸움이 되지 않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갈구했던 거 같았다. 그래서 말을 예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읽어보고 사람의 심리에 대한 책도 종종 찾아보면서 내 삶에 하나하나 적용해 보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산개되어있던 '대화'의 정의를 보기 좋게 나열한 좋은 글로 다가왔다. 나의 삶과 책의 내용을 대조해 상대방과 대화하기 위한 마음 가짐 또는 사전에 확인해야 되는 것을 고르자면 다음과 같다.

 

1. 용어에 대한 정의 통합하기

이 부분은 너무 공감이 되었다. 분명 같은 직군, 같은 주제의 회의를 하는데 용어가 정립이 안 돼서 회의 내용이 빙빙 돌아 답답함이 쌓이는 부분이 많았었다. 어떤 개발자는 개발 완료라는 정의를 작성한 코드가 tc를 통과하고 develop브랜치에 병합되면 개발완료라 하고 어떤 개발자는 qa까지 통과되어 main브랜치에 올라가야 개발완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 전, 후자 모두 맞는 말이 될 수도 있어서 사소한 단어부터 맞춰야 뒷일이 안 생긴다.

 

2. 상대방의 의도는 생각보다 선하다

회의를 들어가기 전에 꼭 마음속에 새겨 넣어야 될 문구 같다. 이 전제가 깔리지 않는다면 100% 확률로 분열이 일어나게 되는 거 같다. 그리고 실제로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면 그 의도가 선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해서 오해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3. 인식 원리에 주목하기

상대방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으론 저자도 자신의 생각에 갇히지 않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지가 궁금했다. 피터 버고지언은 이성과 과학을 위한 리처드 도킨스 재단 등에서 다양한 강연 활동을 펼치며 이성과 과학적 사유의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는데, 그 또한 아직 검증되지 않은 특정 이론에 매료되어 있어서 내로남불의 모습을 띄우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공동 저자인 피터 버고지언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박사 논문 연구를 위해 교도소 수감자들과 함께 인생의 여러 난제를 놓고 대화했고, 그때 개발한 기법을 종교적 강경주의자, 광신자, 온갖 극단주의자들과 수천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며 발전시켰다’라는 글을 보고 이 사람도 단단히 미친 사람인 것을 느꼈다. 나였다면 강경주의자 단 한 사람과 대화해도 인간에 대한 혐오가 극으로 치달아 동굴 속으로 숨었을 거 같은데 피터 버고지언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대화 기법을 발전시켜 하나의 글로 집필까지 해냈다니 경외감 마저 들었다.

 

또 피터 버고지언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니 업로드된 동영상의 제목들이 “낙태에 제한이 있어야 하나요?” , “미스 유니버스는 트랜스 여성에게도 열려 있어야 할까요?”, “미국은 인종 차별 주의자 인가?”, “동성애자의 결혼은 합당한가?” 등과 같은 아주 민감한 주제들 다루지만 토론에 참가하는 시민들은 편파와 싸움 대신 양질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그누 구와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감도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대화를 해서 얻어야 하는 게 뭘까?라는 회의감도 들었다.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책에서 추구하는 좋은 대화는 정말로 스마트한 사람만 구사할 수 있는 영역인 거 같다. 마치 성인군자와 같이 모든 역경과 상황을 통달하고, 중심을 잃지 않고 나 자신을 바꿔나가는 것. 모든 것에 제약을 두지만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 저자는 우리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듯싶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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